상속 vs 증여, 어떤 것이 더 유리한지 판단하는 기준

“미리 증여해두는 게 무조건 절세”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이 말은 재산 규모가 큰 일부 가정에만 맞고, 상당수의 평범한 가정에는 오히려 손해가 되는 조언입니다. 서둘러 증여했다가 내지 않아도 될 증여세를 내고, 정작 상속 때는 공제만으로 세금이 0원이 됐을 수도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몇 해 전, 가까운 선배가 어머니 명의의 아파트 한 채를 두고 “상속세 폭탄 맞기 전에 미리 증여받으라”는 주변 말만 믿고 증여를 진행했다가 수천만 원의 증여세를 낸 일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따져보니 그 집은 상속으로 넘겼다면 공제 범위 안에 들어 세금이 한 푼도 나오지 않았을 규모였습니다. 순서와 기준을 몰라 생긴 손해였습니다.

먼저 짚어둘 것이 있습니다. 최근 “자녀공제가 5억 원으로 늘었다”, “상속세 최고세율이 40%로 내렸다”는 이야기가 많이 돌고 있는데, 이는 2025년에 입법예고된 개정안일 뿐 2026년 6월 현재 시행되고 있지 않습니다. 실제 판단은 아래의 현행 기준으로 하셔야 합니다.


먼저 오해부터: “자녀공제 5억”은 아직 시행 전입니다

2025년 정부가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자녀공제를 1인당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올리고 과세 방식을 ‘유산취득세’로 바꾸는 방안이 발표됐습니다. 이 내용이 뉴스와 블로그를 통해 퍼지면서 마치 이미 적용되는 제도처럼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2026년 6월 현재, 이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해 시행된 상태가 아닙니다. 입법예고와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실제 시행일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지금 부모님의 상속이나 증여를 계획하신다면, 개정안이 아니라 아래의 현행 기준으로 판단하셔야 합니다. 개정안 내용으로 미리 계산하면 실제 세금과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자녀가 여럿인 가정일수록 상속세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는 과세 방식을 ‘유산취득세’로 바꾸는 근본적인 변화여서, 시행 시점과 최종 공제 금액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제도를 기준으로 증여를 서둘렀다가, 정작 시행 후 기준이 바뀌면 되돌리기 어려운 손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큰 재산을 다루실수록 ‘들은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시행 중인 법’과 ‘확정된 시행일’을 직접 확인하고 움직이셔야 하는 이유입니다.

핵심 원칙

개정안(자녀공제 5억·유산취득세 전환)은 아직 시행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상속·증여 판단은 현행법(아래 기준)으로 하시고, 시행이 확정되면 그때 다시 검토하시기 바랍니다.

현행 기준: 상속세와 증여세의 공제·세율 비교

상속세와 증여세는 세율표가 동일합니다. 둘 다 과세표준 구간에 따라 10%에서 50%까지 5단계 누진세율이 적용됩니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세율이 아니라 ‘공제’입니다. 얼마까지 세금 없이 넘길 수 있느냐가 두 방식의 유불리를 가릅니다.

과세표준 세율 누진공제
1억 원 이하 10%
1억~5억 원 20% 1,000만 원
5억~10억 원 30% 6,000만 원
10억~30억 원 40% 1억 6,000만 원
30억 원 초과 50% 4억 6,000만 원

※ 출처: 국세청 상속세·증여세 세율 (2026년 현행)

공제는 완전히 다릅니다. 상속세는 한 번에 큰 금액을 공제받습니다. 일괄공제 5억 원이 기본으로 적용되고, 배우자가 살아 있으면 배우자상속공제로 최소 5억 원에서 최대 30억 원까지 추가됩니다. 즉 배우자가 있는 경우 합산 공제가 최대 35억 원에 이를 수 있습니다.

증여세의 공제는 10년 단위로 훨씬 작습니다. 배우자에게 증여하면 6억 원, 성년 자녀에게는 5,000만 원(미성년은 2,000만 원), 자녀가 부모에게 증여하면 5,000만 원, 기타 친족은 1,000만 원까지만 공제됩니다. 이 한도는 10년간 합산해서 적용되므로, 한 번에 큰 금액을 넘기면 공제를 초과한 부분에 바로 증여세가 붙습니다.

구분 상속세 증여세
공제 규모 일괄 5억 + 배우자 5억~30억 성년 자녀 5천만(10년)
공제 주기 사망 시 1회 10년마다 갱신
과세 대상 남긴 재산 전체 받는 사람별 재산
세율 10~50% (동일) 10~50% (동일)

증여가 유리한 경우 — 자산이 많거나 가치 상승이 예상될 때

증여가 절세에 유리한 상황은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다음에 해당한다면 미리 증여를 검토할 가치가 있습니다.

첫째, 상속공제를 넘는 큰 자산을 가진 경우입니다. 재산이 배우자공제까지 합한 공제 한도(최대 35억 원)를 훌쩍 넘는다면, 상속 때 높은 누진세율 구간에 그대로 노출됩니다. 이때는 살아 계실 때 10년 단위로 자녀들에게 나눠 증여해 과세표준을 낮추는 것이 전체 세금을 줄이는 방법이 됩니다. 증여는 받는 사람별로 과세되므로, 여러 자녀에게 분산하면 각자 낮은 세율 구간을 적용받습니다.

둘째, 앞으로 가치가 크게 오를 자산입니다. 증여세는 증여 시점의 가치로 매겨집니다. 개발 호재가 있는 토지나 성장 가능성이 큰 자산은 가치가 낮을 때 미리 증여하면, 이후 오른 가치만큼은 과세 대상에서 빠집니다. 반대로 상속 때까지 들고 있으면 오른 가격 전체에 세금이 붙습니다.

셋째, 10년 이상의 시간 여유가 있는 경우입니다. 증여 공제는 10년마다 새로 적용되고, 상속 개시 전 10년 이내(상속인 외의 자는 5년)에 증여한 재산은 상속재산에 다시 합산됩니다. 따라서 충분히 일찍, 계획적으로 나눠 증여할수록 효과가 큽니다. 시간이 촉박하면 증여의 장점이 대부분 사라집니다.

상속이 유리한 경우 — 평범한 자산 규모라면 대부분 여기에 해당

의외로 많은 가정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런데도 “증여가 절세”라는 말만 듣고 서두르다 손해를 봅니다.

첫째, 재산이 상속공제 한도 안에 들어오는 경우입니다. 배우자가 있다면 일괄공제 5억 원에 배우자공제 최소 5억 원을 더해 최소 10억 원까지는 상속세가 나오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9억 원짜리 아파트 한 채가 재산의 전부이고 배우자가 생존해 있다면, 상속으로 넘길 경우 상속세는 0원입니다. 그런데 이 집을 미리 자녀에게 증여하면, 5,000만 원 공제를 뺀 8억 5,000만 원에 대해 약 2억 원이 넘는 증여세가 발생합니다.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을 내는 셈입니다.

둘째, 배우자가 생존해 있는 경우입니다. 배우자상속공제는 현행 제도에서 가장 강력한 공제입니다. 배우자가 실제로 상속받는 금액에 따라 최대 30억 원까지 공제되므로, 1차 상속(부모 중 한 분 사망) 때는 배우자에게 상속을 집중시켜 세금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 나중에 배우자마저 사망하는 2차 상속까지 함께 고려해 균형을 맞추는 설계가 필요합니다.

셋째, 자산 대부분이 1주택 등 실거주 부동산인 경우입니다. 동거주택 상속공제(요건 충족 시 최대 6억 원) 등 상속에서만 받을 수 있는 추가 공제가 있습니다. 무리하게 증여하면 이런 공제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게 됩니다.

한 줄 판단 기준

재산이 10억 원 안팎 이하이고 배우자가 생존해 있다면 상속이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재산이 공제 한도를 크게 넘거나, 가치 상승이 예상되는 자산이고 10년 이상 여유가 있다면 증여 분산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결정 전 반드시 확인할 것 — 세무 상담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상속과 증여의 유불리는 재산의 종류와 규모, 가족 구성, 시간 여유, 향후 가치 전망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같은 금액이라도 부동산인지 현금인지, 배우자가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정반대의 결론이 나옵니다. 그래서 일반론만 보고 결정해서는 안 됩니다.

실제 결정을 내리기 전에 다음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먼저 부모님 명의 재산의 전체 규모와 종류를 정확히 파악하십시오. 그다음 배우자(어머니 또는 아버지) 생존 여부와 자녀 수를 기준으로 상속공제 한도를 계산해 보십시오. 재산이 그 한도 안에 들어온다면 증여를 서두를 이유가 거의 없습니다.

판단이 서지 않을 때는 반드시 세무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상속·증여세는 한 번 신고하면 되돌리기 어렵고, 잘못된 선택의 대가가 수천만 원 단위로 큽니다. 국세청 홈택스에서 모의 계산을 해볼 수 있고, 무료 상담은 국세상담센터(국번 없이 126)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개정안 시행 여부는 향후 달라질 수 있으므로, 큰 자산을 다루신다면 결정 직전에 최신 시행 상태를 한 번 더 확인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참고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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